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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 기일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면희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7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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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즐길 줄 안다면 청년이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면 노인이다.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면 청년이지만 과거의 전통과 방법만 의지하면 참으로 고목의 노인이다. 자연 속의 푸른 잎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고 예쁜 꽃도 언젠가는 떨어진다. 세상도 인간의 생명도 영원한 것이 없다. 오늘은 시어머님 기일이다. 해마다 기일 추도식에 될 수 있는 한 참석한다. 살아계실 때 효도했어야 하는데 생활에 여유가 없어 빠듯한 살림으로 만족스럽게 못해 드린 것이 후회가 된다. 돌아가신 뒤 후회한들 무엇하리. 지금 살아계신다면 효도하고 싶지만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늙어 고령이 되니 부모님 사랑이 마음에 남아 있다.

아침 일찍부터 남편과 큰아들과 세 식구가 충남 예산 큰집으로 출발한다.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좀 쉬었다가 다시 출발한다. 다섯 시간 소요하여 고향 집에 도착했다. 살아계실 때, 명절 때, 생신 때, 자식의 도리로서 꼭 찾아뵈어야 한다는 마음은 어릴 때부터 우리 친정어머니의 말씀으로 마음에 새겨 왔다. 지금 생각하면 날 위하신 스승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경기를 뛰는 선수다.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많이 쌓고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인생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인생을 정직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걸어가는 것이 승리의 길인 것을 아는 것이다. 늘 배움을 좇고 그리며 살아온 결과로 문학을 만난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소망이 내 양심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꿈을 바라보는 마음을 변함없이 가졌기 때문에 현재에 글 쓰는 사람으로 수필 작가의 명함을 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어머님 살아계실 때 병마 때문에 서울에 상경하여 병원에 입원하시고 거의 치료가 된 후에 우리 집으로 퇴원하시었다. 계속 병원에 내원치료 하시면서 늘 삭막했다. 전염되는 심각한 병이었기 때문에 식구와는 만날 수 없었다. 거의 혼자 계셔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린아이들은 병석에 누워계신 할머니를 볼 수 없었다. 어린애가 있는 집은 안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에 모시고 우리 부부와만 생활하다시피 하시며 힘든 과정 속에서 치료하셨다. 언제나 어머님 방에는 꽃꽂이를 해서 눈앞에 보여드렸다. 예쁘다고 좋아하시던 어머니 얼굴이 지금도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진다. 오늘도 국화 화분에 담아 산소 앞에 심어놓고 어머니 꽃 좋아하시지요, 어머니 꽃 좋아하시지요, 말해보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살아계셨다면 돈 들여서 무엇 하려고 사 왔냐고 호령하실 것이다.

사람은 죽으면 끝이다. 욕심 그만 내려놓고 살고 싶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성격 때문인가 환경 때문인가 생각해 본다.

산소에 들렀다가 큰집 형님 댁에 갔다. 형님과 지난 이야기하고 과일도 먹고, 과일 상자 차에 싣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니 기분이 좋다. 어머님 살아계실 때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 세대기 때문에 이것으로나마 우애하는 마음과 사랑의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 25세 새색시 시절, 나하고 2년 차인 형님과 집안일 할 때 우리 동서간 곱다고, 예쁘다고, 이웃 아주머니들이 밥 짓는 부엌에 오시어 우리를 바라보는 순간에 우리 어머니는 흐뭇해하시며 좋아하시었다. 나는 부모님 밑에서의 시집 생활 일 년쯤이리라 생각했는데 남편 혼자 서울 직장에서의 생활이 불편했던지 갑자기 휴일에 내려와서 서울로 이사 가자한다.

결혼 3개월도 안 되어서 서울 상경하여 갖은 역경 속에 힘든 생활을 하면서 50년을 넘게 살아왔다. 시골 색시로서 물정도 모르고 남편만 보고 상경하여 고생 많이 했지만 남편의 사랑 속에 잘 이기고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뒤돌아보기 싫은 젊은 시절 다시 가라 하면 안 간다고 말하고 싶다. 노년 부부가 자식 결혼시켜 가정 이루고 아들딸 잘 키우는 모습 바라보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고 더 바랄 것 없이 감사하다. 앞으로 건강만 따라 준다면 오래 살고 싶다. 글 쓰고 기도하고 교회서 주어진 사명 감당하며 사는 지금에 정말 감사하며 살고 있다.

나는 항상 나보다 못한 사람 바라보고 늘 만족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마음이 편안하다. 구름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 버리는 것이 인생이다. 남은 인생 조심해서 살고 싶다. 하지만 가끔은 환경에 지배되어 나도 모르게 실수할 때가 많다고 반성할 때가 있다. 사람은 앵두 같은 입에서 예쁜 말을 하고 살아야 한다. 짧은 세월 속에서 말하는 입술 조심해서 살아야겠다고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쓸어 담을 수 없는 것이다. 남의 마음에 상처 주지 말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산야에 가면,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 늙은 고목나무를 바라보며 느낀 점이 있다. 나무가 밑에는 고목인데 꼭대기를 바라보면 파란 잎이 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고목의 나무도 많이 늙으면 매일 조금씩 아파하고 고달픔 세월 견디면서 버티고 성장한 것일 것이다. 나무를 바라보면서 우리 인생도 고목나무와 같이 새로 성장하고 젊어지려면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자기 육체를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노년에도 꽃이 피어올라서 높은 산야에서 힘차게 날아보리라. 무엇보다도 고령이지만 뇌가 발달할 수 있도록 늘 공부하고 연구하며 살 것이다. 늙었다고 좌절하지 말고 오늘 살다 내일 죽을망정 젊게 살아야 한다 생각하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교회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고 살아왔다. 하루의 첫 시간을 교회에서 시작하는 습관 아직까지 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나는 자동차를 한 번 구입하면 폐차할 때까지 운행한다. 편리하려 타는 차지 남에게 좋게 보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생각으로 15년 동안 차를 바꾸지 않고 살아왔다. 15년 동안 운행한 차 이제 그만 바꿀 때가 되었는지 남편이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구입했다. 우선 경비가 적게 들고 튼튼하니 타기에 안전하다. 이렇게 고령에 앞을 멀리 바라보며 새 차를 구입했으니 앞으로 15년 더 운행하길 기도하며 건강 지킬 것이다. 운전 경력 20년 너무 신기하다. 운전 연습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우리 남편이 세상 사람들 다 운전해도 당신은 못한다고 불평하던 모습 지금도 생각나면 밉다. 나이 오십 넘어서 운전을 시작하니 위험하다고 말리기도 많이 말렸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승리했다. 노년에 운전이 너무 편리하다. 쉽게 일보고, 힘 안 들이고 가고 싶은 곳 가면서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오늘 시골 도착해서 형님을 만나니 곱던 얼굴 간데없고 주름이 고랑을 세우는 모습 안타깝다. 하지만 형님은 형님대로 즐거운 생활하고 있다. 나는 형님보다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어머님 기일에 모여 산소 다녀오고 추도예배 드리고 천국에서 기뻐하실 줄 믿고 영원히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추도식 잘 마치고 귀가하니 밤 9시다. 무사히 다녀온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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