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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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뜻 있는 곳에 길을 열어 주는 운명의 여신이 한순간 귀띔도 없이 사라질 줄 몰랐다
불러도 메아리 들리잖는 동행을 이탈한 이름 이름들, 배반의 유희를 짐승처럼 컹컹 울고 싶어도 눈물이야 드러낼 수 없는 백년고독 바위의 낯빛
너무 머얼리
넘어서는 아니 될 경계를 지워버린
가시며 독기며 거품을 뿜어내는 주소 불명의 지뢰밭 전선
해뜰녘이나
해질녘이나
마음 끌어모아 웃음빛 울음빛 쓸어안고 미리내에 발목 적신 연인처럼 하나로 길, 대지에 공룡 발자국 남겨 놓을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이어질 연분 다시 한 번 동아줄 단단히 매어 목마른 계절 기울지 않는 평등 평등 세속 너머로 웅얼웅얼 붓질을하는
무위도식은 한사코 거부하는 속내를 드러낸 물 들어올 때 소꿉놀이, 모래성에 바벨탑 세우고 고삐 없는 자유함 그 깃발 천공으로 나부끼는
어긋난 일 만나 불면의 촉수면 묵묵부답 뱃심을 보여 오늘토록 우련 붉게 가꾸는 나날 무한을 꿈꾸지만
비가 그쳐도 젖어 있는 몸
화려하고 쓸쓸한 억장 무너진 추억거리 그러안고 바람 몰아치는 벌판에 서서 한세상 동반자로 천리장성 화음을 맞추다가 허물어지는 여정 뒷걸음치를 몰랐다
황홀경!
잘나서 그늘진 울 때가 미쁜 행보, 내 가슴속 시향으로 피어나 영혼을 푸르게 해준,
허나 시방 여우비 지나간 서쪽 창문을 훔쳐보는 우수에 잠긴 눈망울에 소쩍새 울음도 멈추지 않는 처연한 그믐달밤
빈손 고요로 훗날을 용틀임하는, 그대는 누구?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3자매 신. 클로토(베를 짜는 여신)와 라케시스(나누어 주는 여신)와 아트로포스(거역할 수 없는 여신)로서, 어둠의 신과 밤의 여신이 낳은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