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19
0
호주제가 폐지된 지도 한참 세월이 흘렀다. 당시에 이 사안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본다. 나는 아직도 이에 해당하는 문제에 연루된 게 없어 잘, 잘못 되어 가는지에 민감하지 못하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불교와 유교 문화를 이어 오면서 남존여비 사상으로 씨족이 형성되어 이어져 왔다. 성(姓)을 하사받고 시조(始祖)가 정해지면 그 성씨를 중심으로 가계(家系)가 대대로 족보에 기록 유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곧 정통성으로 이어지는 씨족 사회의 뿌리였다.
그러나 봉건사회의 전형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여성이 홀대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족보에도 배우자 란에 부친과 성씨만 달랑 얹혀 있다. 남성 선호 사상과 가부장 제도에서 여성은 완전 배제되어 제대로 된 인권을 유린당하여 교육 문제에까지도 확산됐다. 이로 인해 문맹자도 속출했다. 여성은 오직 아이 낳는 도구로만 여겼고 농사와 집안일에만 몰두하게 하고 외부 출입도 엄격히 통제되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까지 생겨나면서 철저히 묶어 놓았다. 이렇게 여성을 희생시키면서 정통 씨족 사회가 이어져 왔다. 단일민족, 백의민족을 고수해 온 것도 이를 바탕으로 지켜 온 것이지만, 수많은 외침으로 외부의 피도 배어 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여성의 희생으로 윤리, 도덕, 질서가 확립 유지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 미국이나 일본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른다는데 계보는 어떻게 이어 나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호주제 폐지 당시 찬성파들은 “동물 사회에는 호주 제도가 없다”며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는 시대가 열렸다며 환호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인권 존중 국가로서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세부 사항으로 자녀 성(姓) 선택 가능으로는 부모 협의로 어머니 성도 가능하다고 했고, 친양자 제도를 도입해 재혼 가정에서도 법적으로 친자처럼 보호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동성동본 금혼 폐지는 합리적인 금혼 규정으로 변경했고, 여성 재혼 금지 규정 삭제에서는 남녀 차별 조항 폐지로 들었다. 그리고 상속 친족 관계의 평등화는 부계 중심에서 자녀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핵가족 시대, 다문화 시대, 세계화로 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면 그 시대의 추세에 따르는 것이 원칙일지 모르나 엄밀히 따져 보면 문제는 있다. 2명의 자녀 중 하나는 아빠 성이고 하나는 엄마 성이라면 같은 형제인지 구분이 불분명하고, 만일 아내가 외국인이라면 국적 또한 문제가 있다. 더구나 여러 명의 자녀를 두었다면 더욱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을 예상했더라면 그 문제에 대한 보조 단서 조항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정통성을 따르는 하나의 성만 고집한다면 여자의 성을 따르는 게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존여비에서 남녀 평등, 여성 상위 시대로 변했으니 ‘암탉이 울어도 된다’는 세상이 됐다.
세계화로 가는 자유로운 제도의 입장에서는 어울릴 수 있는 제도 같으나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온 정통 씨족 사회의 붕괴가 가슴 아프다.
먼 머언 후일, 국경과 인종 차별도 없어지고 지구가 하나로 통일되어 공동체가 된다면 그때에는 이 제도가 제값을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