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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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 서산 끝없이 펼쳐진 붉은 노을
비단구렁이 모양 끝없는 퇴근길
배고픔과 졸림이 조급함과 짝짓는 경적
물길처럼 열린 우회전 차선으로 내달아
직진 차선 내 삶 한가운데 찾아온 불행처럼
내 앞자리로 스며든 차량
가운데 차선에서 정체 중인 나는 동네 바보 형
마음 한편으로 깜빡이는 방향지시등
흔들리는 헤드램프
나보다 먼저 승진한 후배에게 고개 숙여 결재받던 날
몇 달 동안 준비한 제안서를 심사위원이
다른 경쟁자에게 복사해 주고 나를 탈락시키던 순간
한 해만 더 고생하면 남은 대출금 다 상환할 터인데
허리를 다쳐 입원하던 때
그 울화 터지던 순간처럼 박히는 새치기 차 한 대
이것이 나에게 허락된 최선의 속도
궤도를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다행이다
맘속으로 주문을 외며
더딘 행렬에 조바심을 잡아맨다
서산의 붉은 노을 사라지듯 정체도 사라지는 저녁
새로운 상가 불빛이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