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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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햇살이 등을 밀어붙이는 날,
사람들은 하나둘
그늘막 아래로 모여든다.
무더위가 내려앉은 골목,
숨도 느리게 쉬는 오후.
그늘 아래선
말수가 줄고,
땀이 식고,
눈동자만 바쁘다.
시간이 흐르자
해는 천천히 등을 돌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위에 드리워졌던 그늘이
슬며시
담벼락에 붙는다.
그늘은 벽을 따라
기억처럼 눌어붙고,
사람들은
햇살 속으로 다시 흩어진다.
잠시였지만,
그늘 아래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