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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전망대에서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기주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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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를 달리다
임진각에서 더는 못 가네
누가 원했나 삼팔선
철조망 치고 서로 뒷걸음하며 
얼떨결에 적이라는 이름으로 
갈라선 부모 형제들
애꿎은 힘 겨루며
서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 동족들 
정든 고향을 전망대로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
북받치는 설움을 어이 달랠까

 

풀꽃들도 서로
이마를 비비며 일어서고 
땅속으로 숨어든 뿌리들은 
얽히고설키며 끌어안고 
수십 년을 살아오는데 
기다린 세월이 하도 길어
실향민 일 세대들은 하나둘 
잔바람에도 숭숭 뚫린
가슴을 메우지도 못하고
한많은 세월을 묻고 떠나가니 
이 설움 하늘은 아시려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고향 들녘엔 어릿어릿 
사람의 모습도 보이는데 
비무장지대의
풀꽃들도 피고 지며
들짐승들 경계를 넘나들며 
가족을 늘려 가건만
날개에 바람 가득 싣고 
북녘을 향해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는 눈길에 
눈물만 그렁그렁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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