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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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 위로
안개가 밀려온다
밤새 젖은 흙냄새가
풀잎 끝에 매달리고,
이랑 사이로 이슬이 고인다
닭이 두어 번 울고
멀리서 경운기 시동이 걸린다
삶이 천천히 깨어나는 소리
허리 굽힌 어머니의 그림자가
안개 속에 묻혔다가
해가 오르자,
빛에 젖어 다시 피어난다
안개는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감싸안고
조용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