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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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가벼운 바람에
속절없이 당하고 마는
풍금의 경건한 떨림소리
눈과 귀에 문제가 있나 보다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겼다
소낙비 내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보니
옷자락이 적시지 않았다
능금빛
하늘을 올려다보니
근심 한 점 없는 듯
출렁이는 물결에
돛대도 삿대도 없이
홀연히 흘러 흘러간다
오색 무리의 꽃배가
허허롭게 흔들리며 침몰하니
정겨운 풍경을 더는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다시 볼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