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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예찬

한국문인협회 로고 차달숙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7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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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이라면 소, 돼지, 말, 닭, 오리 등이 있다. 소도 버펄로 같은 야생 소에서, 돼지도 산돼지(멧돼지)에서, 닭, 오리도 조류에서 길들어졌다. 양식에 성공한 산물이다. 그리고 고양이도 야생고양이에게서 길들어졌다.

고양이는 사실상 가축으로서 별 쓸모는 없다. 소나 말은 매우 유용해서 노동력을 제공한다. 또 잡아먹으면 훌륭한 고기와 가죽, 뼈까지 주인에게 헌납한다. 돼지는 강한 번식력에 아무거나 잘 먹고 좋은 육류를 주인에게 주고 간다. 그런데 고양이는 가축 축에 더 끼이기 어려울 만큼 쥐를 잡는 것 이외에 쓸모가 없다. 밥은 한 끼도 거르지 않고 꼭꼭 달라고 해서 먹고산다.

그런데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는?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고양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고양이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그들의 뼈와 살을 덮고 있는 고급스러운 모피에 있지 않다. 세계를 바라보는 유연하고도 단호한 눈동자, 새침함과 용맹함이 함께 깃든 용모, 두근거림과 뻔뻔함이 절묘하게 섞여 들어간 황금률의 매너가 으뜸이다. 오후의 졸음을 참으면서 까끌까끌한 혀로 자신의 몸을 빗질하고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가 사랑스럽다. 눈빛도, 목소리도, 애정도, 영혼도 말랑말랑하다”고 고양이를 칭찬한다.

그들은 “고양이의 실제 모습을 알고 보면 정말 매력이 많은 동물이다. 사람한테 의존적이지 않고 굉장히 독립적이다. 고양이를 보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주로 개인주의적이고 예술적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 고양이가 ‘애완동물’이라는 말은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 ‘반려동물’이나 ‘동거동물’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양이는 외양 말고도 고양이만의 개성이 있다.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먹이를 의존하지 않았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농작물이나 식품 저장소를 노리는 쥐나 해충 등을 잡아먹으면서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게 했다. 즉 고양이는 처음부터 사냥에 함께 참여했다. 사냥감을 얻어먹기 위해 인간에게 의지했던 개보다 인간에게서 조금은 더 멀리 떨어진 거리를 유지했다.

지난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 살며 길들였음에도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는 비교적 좋지 못하다. 많은 이들이 장점으로 여기는 고양이 특유의 독립성을 주인에 대한 무관심이나 이기심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고양이는 배고플 때만 진정한 애정을 보이는 존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양이가‘독립적’이라는 인식에도, 반려동물로서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영국에서만 반려묘가 1,000만 마리 정도 규모로 추정되며, 2012년 어느 연구에선 적어도 반려묘 1마리를 기르는 가정이 전체 가정의 약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양이는 소파에 웅크리고 있거나 책장 꼭대기에 올라앉아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야생 시절의 본능을 여전히 많이 간직하고 있다. 사냥하고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며 다른 고양이로부터 지키려는 본능이다. 현재의 고양이는 개보단 자신들의 조상에 더 가깝다. 우리가 길들였다고 해서 야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존재가 된 건 아니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고양이를 명물로 여겨 고양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 밥값을 하는 유일한 임무는 쥐를 퇴치하기 위해서 길렀다. 가축으로서 인기가 있고 큰 대접을 받는 소, 말, 돼지, 개, 닭, 오리는 주인이 내쫓으면 맞아 죽어도 주인집으로 들어온다. 주인이 손을 떼는 것은 죽음과 같다. 주인이 먹이를 주지 않거나 산속에 풀어 놓으면 자생력은 거의 없다. 초식동물인 소 말 토끼가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살기로 했다면 못 살 것이 없다. 잡식동물인 돼지나 개도 산속으로 가거나 대도시 유원지 근처에서 못 살 것이 없다. 민첩하게 음식물 쓰레기라도 뒤진다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한 놈도 그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서 당연하게 살다 죽는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발정해서 바람이 나고 단짝을 찾아 제 발로 나왔다가 주인집을 못 찾는 예도 있다. 주인에게 내쫓기거나 버림을 받는 예도 있다. 이때 주인과 이별하고 집을 나오면 가축 중에 유일하게 홀로서기가 가능한 동물이다. 집 근처에 살거나 야산으로 올라가 산다. 먹이를 구할 능력이 있다. 들쥐, 산새 등을 잡아먹거나 주택가 음식쓰레기를 뒤져서 배를 채운다. 배가 부르면 양지쪽에 앉아서 졸고 쉬면서 발정이 나면 짝꿍도 찾아 짝짓기도 하고 종족 번식 본능의 새끼도 낳아 기른다.

우리는 간혹 주인 잃은 개들이 들개 산개가 되어 유랑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가축들은 겨울철 산행객이 줄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이 오면 끝내 버티지 못하고 영영 종적을 감춘다. 그러나 고양이는 추운 겨울도 이기고 봄이 되면 예쁜 새끼까지 달고 산행객, 행락객 앞에 나타난다. “야옹야옹”하면 애교를 부려 음식물을 얻어먹고 산다.

가축들은 대대로 순종 적응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따라서 팔려 다니거나 도살당해도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한다. 뛰쳐나가도 짐승 우리 쪽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그러나 고양이는 다르다. 주인 없이도 사냥과 먹이 찾기를 무기로 삼아 생존에도 성공하고 번식도 한다. 훌륭히 살아남는 고양이란 놈이 얼마나 현명하고 떳떳한가. 고양이의 독립적인 생존능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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