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6
0
붓끝 세워 밭을 갈아 땅심이 솟는다.
마당 끝 밀려드는 조수(潮水)의 깊이는
뽕밭 높고 낮은 이랑을 넘어
황톳길 열리는 여명(黎明)으로 찾아오고
무지개 영롱하게 등불 되어 걸린 집
명주(明紬)고름 미풍에 수줍어 나부끼듯
달빛도 푸르게 내려앉는다.
언제나 푸른 소리, 대숲을 울리고
붓을 들어 큰 뜻 펼치어 갈 때
커다란 인종 하나 백수(白首)로 울리며
환희의 함성이 세종로로 치닫아도
오, 어둠이여
깨어나라,
잉크의 향기가 여태도 남았는데
상록수 여전히 그 자리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