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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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 한 마리가
여울물에 발 담그고 먼산바라기를 하고 있다.
철새로 날아들었다가 텃새가 된
외짝 왜가리
여러 차례 마주쳤지만 언제나 혼자였다.
무얼 보는 것일까?
산과 산이 끝없이 이어지는 경치
그 너머에서 고향을 찾는 걸까?
먼 북쪽 나라 바이칼 호수의
시리도록 푸른 물을 그리는 것일까?
한참을 보아도 그냥 그대로
산 너머 하늘만 보고 있다.
수도승의 묵언수행처럼 엄숙한 자태
먹이활동마저 잊은 침묵
도를 닦는 것은 저렇게
자기를 관조하는 것이겠지.
바쁜 핑계로 자리를 떠나는 내게
왜가리는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둘지 마라
1년도 지나고 나면 하루짜리 기억일 뿐
찰나는 장면마다 사연으로 스치지만
삼백예순 날을 지나도 그뿐인 걸
무얼 바쁘게 살아 놓치고 있담.”
아, 모르겠다 하고 자리를 피하며
문득 핑계를 만들어 써보는 시
북! 노트를 찢어
물 위에 던지는 상상을 해보지만
왜가리는 변함없이 그 자리
나 혼자만 애태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