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7
0
자리끼 얼음마저 뜨겁게 끓어오르는 어느 날
긴 개울 장막을 찢는 야호 소리 너머로
숨죽인 햇빛 송골 그리고
문밖의 보일러는 무거운 내 손발에 하루를 걸고
창포원에 꽃피는 시간을
감치듯 휘감는 듯 짜깁는다
쪽빛 하늘 맑은 바람 월평들에 들이치면
창포원 미로 길이 가물거리고
꽃을 찾아 훨훨 나는 나비 벌 난쟁이 군무에
산새 울음소리에 귓불이 저려 온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찾아오는 상춘객들 흥성거리고
월평들 움켜쥐고 선 풀과 나무들은 바라춤을 춘다
한 포기 한 포기 하늘 향해 솟아오른
붓꽃 모양 노랑 자주 파랑 창포꽃들은
백금을 핥아먹은 하얀 영호강 달래강
넘칠 듯 넘칠 듯 황강으로 만년을 흘러가고
등나무 서로 휘감겨 어우러져 향기롭다
영호남 만남의 광장에 그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끈적이고 투명하다
청아한 자태로 빛나는 창포는 거창의 꽃
입술을 찢고 들어와 꿀꺽꿀꺽 삼키는
내 마음 해탈의 쪽빛 하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