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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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 새들이 숨죽이고 도시로 떠났다
부대낌 없는 곳으로
서럽게 물든 붉은 산자락 사이로
부재 속에 신호등은 끊어졌다
.
저주로 울부짖던 이태원의 결함
모진 초상(初喪)의 기운이 서늘한 메아리로
차가운 밤이 깊다
차가운 밤이 깊다
봄이 와도 움트지 않는 길목의 서정
애달픈 영혼들을 터널 속에 가두고
또다시 봄은 오고 있었다
소란과 푸른 혈류를 깔고 켜켜이 짓누르던
숨소리는
애달프게 떠났다
애달프게 떠났다
빛과 존재성도 하룻밤 별빛이 되고
흐느끼는 숨소리에 완성 못한 하루가
허공을 훔치고
또 훔친다
증발하는 숨소리 축축한 비명의 밤이 깊고
세상이 그려준 이름 하나
아직
아직
갈 곳도 할 일도 많은데,
몽롱한 노을이 용산의 달빛으로 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