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2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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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골집엔 긴 싸릿대로 엮은 사립문짝 열고 들어가면
마당 한쪽엔 싸리 빗자루 졸고 있고
받쳐 놓은 지게의 싸릿가지 바지게엔 땔감용 싸리 서너 단 들어있었다
지붕에 펼쳐 놓은 싸리 채반 위에서 빨간 고추는 마르고
뜨락의 싸리 광주리엔 갓 따온 옥수수가 들어 있었으며
부엌 바닥에 있는 싸리 소쿠리에는 저녁 땟거리 감자가 굴렀다
마루 천장에 매달아 놓은 싸리 꼬챙이의 곶감은 다 빼먹었고
싸리꿀 담아 놓은 꿀단지엔 먼지만 자욱해도
싸리발 사이로 보이는 안방의 싸리 반짇고리만은 정겹기만 했다
우리네 살림살이에서 싸리가 있어야 ‘살이’가 되었기에
집 짓는 재료에서부터 어린 순을 먹는 데까지 곁에서 친숙했지만
시렁에 가지런히 놓인 싸릿가지 회초리만은 서릿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