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2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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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 한잔 내립니다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는
파나마 게이샤가 좋습니다
야생화 피어나는 언덕을 오르면
카리브해 에메랄드 바다가 펼쳐지고
비밀의 화원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습니다
갈 길 잃은 작은 소년처럼
창백한 얼굴이 되어
빛이 들지 않는 마음속 작은 방
사랑은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가끔은 잊혀지는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산다는 건 늘 바람 부는 날이고
누군가는 나를 잊고 싶어합니다
사실 사랑한다는 것은
만년에 한번 지구를 찾아오는
유성과도 같은 건데요
그렇게 소중한 별을 만나고도
때로는 사랑에 너무 아파합니다
잊혀지는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눈 앞에 아름다운 봄꽃도
찬란히 빛나는 삼월 햇살도
아주 멀리 떠나온 과거처럼
빛을 잃고 흑백사진이 됩니다
이렇게 바람 부는 날
자꾸 떠오르는 얼굴 하나
가슴속에 남겨진
슬픈 사랑 있더라도
잊혀지는 사람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