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2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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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 가까이 있는 병영성에 간다. 울산 경상좌도 병영성은 울산광역시 중구에 축조된 조선시대 병마절도사 영성이다. 1415년(조선 태종 15) 경주에서 현재의 병영성으로 경상좌도 병마절제사 영이 이설되었다고 한다. 1417년(태종 17)에 석축 성으로 축조된 후 1426년(세종 8) 경상 우병영 성과 일시 합치되었고, 1437년(세종 19) 다시 좌도 병마절제사 영이 되었으며, 1584년(선조 17)에 다시 병영이 설치되었다. 잔존 성 둘레는 2,120m이다. 사적 제320호이다.
이 내용만 봐도 병영성은 국가문화유산으로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성의 형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구간이 2,120m라고 하니 규모도 제법 크다. 그냥 가볍게 지나쳐도 되는 문화유산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이 성에 왔다 간 사람들은 울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관심을 나타낸다. 이유는 첫째가 성에 오르면 탁 트인 조망권에 반하기 때문이다. 저 멀리 울산대교에서 무룡산을 따라 이어지는 토함산 자락까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울산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조망권이 탁 트였다는 말이다. 사적지로서 이만한 곳이 드물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병영성의 관리·보존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병영성은 병영 지역민들의 산책 코스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엊그제 오후 병영성에 갔다. 여러 마리의 개와 개 주인이 가을 햇볕을 즐기는 산책을 하고 있다. 목줄을 했다고는 하나 개는 이리저리 성 곳곳을 돌아다닌다. 물론 개 주인들이 변 봉투를 준비해서 개의 분비물을 처리하겠지만 오줌 등은 그대로 병영성에 남는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일 년 365일 매일 그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관리 기관이 성벽 아래 어느 구역을 지정해서 개가 대소변을 가리게 하는 모래밭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외지인들이 병영성을 탐방했을 때 훌륭한 문화유산이 개와 개 주인들의 산책 코스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산업수도 울산의 문화유산 관리가 이 정도 수준일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근래 병영성은 동쪽 산전 샘에서 오르면 동문지 일대 성벽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올 초, 병영성을 관통하는 지하차도 일대 성벽을 보수하는 공사도 마무리돼서 주변 환경이 정비됐다.
병영성을 보수하면서 성곽 아래쪽은 시멘트 블록으로 쌓아 놓았다. 이를 두고 예산 부족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고 한다.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의 재고가 필요하다.
전국에 병영성이 또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중 전남 강진에 병영성이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군 단위인데도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해마다 강진군이 나서서 개최하는 병영성 행사가 외지인들에게도 찾아가 볼 축제로 인식된 지 오래다.
강진 전라 병영성은 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성으로 ‘설성(雪城)’ 혹은 ‘세류성(細柳城)’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성 내부에는 전라도의 군사를 총괄하는 총지휘부인 전라 병영이 있었다.
강진 전라 병영성은 1992년 전라남도 기념물 제140호 전라병영성지로 지정되었다가, 1997년 사적 제397호로 승격 지정됐다.
이를 기념해 강진 전라 병영성에서는 해마다 축제가 개최된다. 내용을 보니 조선 시대 전라 병영성 군사 행진 복원, 제31보병사단 군 문화 페스티벌 공연, 평양예술단 공연, 대한민국 무예 대전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승마 체험, 호패 만들기 체험, 옛날 감옥 체험, 나막신·짚신 신고 성곽 둘러보기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체험들을 즐길 수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성곽 순례 때는 강진 병영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 조선의 국가 체제를 정비하며 병영성을 설치한 이유 등 역사 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병영성의 성곽을 순례할 수 있다.
울산 병영성도 병영성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서 개최하면 어떨까 한다. 병영은 예부터 은장도가 유명했다. 지금은 은장도 공방 흔적이 거의 사라졌지만, 은장도 골목까지 있었던 곳이다. 이런 문화유산은 작은 관심으로라도 시행할 수 있다. 은장도 장인들이 지도하는 은장도 만들기 체험이라든지, 병영성에서 내려다본 동천강 은빛 모래밭에서의 궁도 대회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울산에는 병영성이 있다. 단지 지역민들이나 기관이 이를 활용할 가치를 모르고 있다. 겨우 병영성 걷기 대회가 병영성을 알리는 기회가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한글의 도시가 울산이다. 그중에서도 중구가 중심이다. 병영성 아래 외솔 기념관과 더불어 병영성 축제가 전국을 넘어 케이팝 문화의 중심으로 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