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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목장터에서

한국문인협회 로고 심석정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2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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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세 번 피면 나락은 익는다는데*
그 꽃이 피기도 전 조세 통지 먼저 닿아 
배들평 넓은 벌판에 먹구름이 일었다지

 

감세를 간청하는 갈라진 손바닥엔
오랏줄 굵은 올이 살을 파고 피가 터져 
갑오년 말목장터에 노대바람 거셌다지

 

쇠백로 긴 부리로 허기진 놀 휘휘 젓는, 
만석보 허물어야 제 길 찾아드는 물길 
동진강 흐르고 흘러 녹두꽃이 피었다지

 

돌아보면 풀도 흙도 얽히잖은 내력 없어 
짙붉은 목백일홍 사발통문 돌려 피듯 
황토현 그날의 함성 환청으로 듣는다

 

*농부들은 백일홍이 세 번 피면 가을이 되어 벼가 익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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