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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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없이 낙하한
소백산 희방사역
산은 눈앞에서 높아진다
호기심은 점들을 찍어 간다 
오솔길 따라 초록 파랑개비 
봄 부채질에 연신 환영 웃음
물소리는 차갑게 곤두박질하고 
잊은 것들을 찾아낸다
돌부리에 갇혔던 상형문자 
옛 연인에 차였던
상처를 찾아낸 데자뷰
어릴 때 배를 달랬던
풀뿌리들 무심코 지났는데 
주변에 팔랑개비가 활개쳐 
진초록의 향연을 펼친다
땅의 기운이 뿌리와 만나
서로 기대어 생명 공장이 가동
줄기는 하늘 오르기에 마음 분주
푸른 구름이 손짓 한다
한참 걸어 초록에 갇혀 땀 흘릴 때 
연화봉 여인이 두레박을 내려준다
혼미 속에 두레박을 잡고
모자라는 체력으로 헐떡이는데
하늘이 점점 넓어질 때 머리에는 
이 산림, 저 산림 병풍으로 만들고 
바위로 수평선(樹平線)을 그려 넣었다
한 폭의 화폭 속에 동자가 오가고 
시원한 그늘 밑에는 주안상 차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