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3
0
비에 젖은 장미는 향기를 놓치고
오염으로 찌든 하루를 씻었다
쏴아악 쏴아악 몰려오는 파도 소리
당신이 지어 놓은 폐그물 같은 공허와
웅크린 고요가 빛을 잃고 있다
섬에 갇힌 고래 뱃속처럼
창문은 물기로 가득해서 밖이 보이지 않는다
물거품처럼 번지던 울음이 지워지고
거추장스럽던 슬픔의 자락도 침묵 밖으로 밀려왔다
고래 뱃속에 갇힌 요나처럼
온몸이 정지된 채로 위치를 확인할 틈도 없다
폐그물 같은 공허와
웅크린 고요가 빛을 잃고 있다
시간과 공간 사이로 보였던
부끄러운 얼룩이 사라지고 거짓의 목록도 없어졌다
아무도 기억 못하는 어제의 치부 
시치미를 떼고 있는 오늘이
깜박이는 수신호만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