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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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일으키며 바람이 지나간다
숲 한가운데 몸통만 남은 나무는
만장같이 휘날리던 잎과 가지 어디에 두고
하늘은 저리 푸른데
길을 걷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를 가로막던 막다른 골목처럼
그 옛날 불쑥 앞을 가로막던 너의 말
그만 하자 우리,
골목 끝집 마당의 옷들이 비에 속수무책 젖고 있던 때였을까
보낸 것 같고 떠나온 것 같은 이야기는 자비 없이 그렇게 끝나버렸고
커다란 나무의 둘레를 한 바퀴 돌다 고개 돌리면
비로소 보이는 계단, 그리고 숲 너머로 이어진 길
여전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길은 저 혼자 흔들리며 숲을 빠져 나간다
깊고 검은 그늘을 품은 단단한 나무처럼
너의 그 말은 살아 돌아와 매 순간 한 존재의 눈을 다시 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