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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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뇌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남태평양 거북이가 헤엄쳐 다닌다
손가락은 바늘처럼
낡은 역사를 꿰매느라 분주하고
낮과 밤이 들풀처럼 일어난 무대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흘린 피들이 엉겼다가
반짝이는 왕관이 되는 광경을 본다
유체 이탈이 일어나고,
나는 우주의 뚜껑을 열고 나가
여러 개의 행성을 모아 팽이치기를 하고
더욱 부풀어진 뇌를 다독이며
낙하산을 펼친다
다시 책상 앞에 내려온 나는
잘 익은 가슴을 한참 뜯어먹다가
깊이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 한 뼘쯤 키가 커진 내가
부스스한 눈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