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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나무 절집

한국문인협회 로고 유창섭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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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목탁 두드리는 소리
높이 솟은 나무에 절이 세 들었나
죽은 도토리나무에 딱따구리가 찾아왔다

 

연 사흘이나
주검 속에서 생명을 찾으려고 
주검 속에 절집을 지으려고
연장통을 메고 와서
몇 시간이나 나무를 다듬다가 돌아갔다

 

매양 바람이나 안고 사는 나무 등걸에서는
두꺼운 세월의 껍질이 벗겨져
너와집이 생겨나고
절간 봉당에는 부러져 땅에 꽂힌 나무 부도(浮屠)가 
홀로 불경을 외우고 있다
한낮에는 낭낭한 소리에 햇살도 쏟아졌다
만항재 가는 길, 정암사 부처님이 이사오셨나 보다

 

가고 싶어도 엄두도 못내는 나를 위해
예까지 오셨나 보다
집 앞에는 정화수 한 그릇 떠놓을 옹달샘도 없는데
콸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이나 떠다 놓아야겠다 
때 묻은 마음이라도 흘러나가게

 

*강원도 정선군 정암사 수마노탑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법당에는 부처님의 불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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