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7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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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에 빈 항아리 없이 가득 담긴
시간을 마당 한가득 널어놓고
대문을 밀치고 나선다.
앞을 가로막는 것은 도시의 흉내를 낸
콘크리트 옹벽인 드높은 빌딩
시야를 어지럽히는 것은 색색의 음식 간판이다.
시골도 이젠 예전의 시골이 아니다.
젊어서 없어서 못 입던 옷들을 꺼내 입고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리며
삶의 무게에 눌린 굽은 어깨 펴고
그라운드 골프채 어깨에 메고
다시 찾을 수 없는 청춘을 떠올리며
주름진 얼굴이지만 서로 만나 반갑게 웃음으로 반긴다.
뒤를 돌아본들 무얼 찾으랴
그냥 자꾸만 잡아당기는
붉은 노을의 유혹을 따라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