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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하늘이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서근석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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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도 지치는 노란색 계절에 탈무드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을 감동시키면 그게 천국의 세계다.’

 

한신대 전 총장에 대한 감동적인 실화이다. 전남 해남에 집이 가난해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머슴인 아버지를 따라 나무를 해 오고 풀을 베는 일로 가난한 살림을 도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학교에 다니고 싶어졌다. 소년은 어릴 때부터 엄마와 같이 다니던 교회에 가서 학교에 가게 해 달라고 며칠씩 기도하다가 하느님께 편지 한 장을 썼다.
“하느님, 저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굶어도 좋고 머슴살이를 해도 좋습니다. 제게 공부할 길을 열어주세요.”
소년은 공부에 대한 자신의 열망과 가난한 집안 형편을 적었다. 편지 봉투 앞면엔 ‘하느님 전상서’라고 쓰고 뒷면엔 자기 주소와 이름을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소년의 편지를 발견한 집배원은 어디다 편지를 배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심 끝에 ‘하느님 전상서라고 했으니 교회에 갖다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해남읍내 교회 이준묵 목사에게 전해 주었다. 함석헌 선생의 제자인 이 목사는 당시 농촌 계몽운동에 앞장선 분으로 소년의 편지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소년을 불러 교회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 살게 하고 과수원 일을 돕게 하면서 중학교에 보내주었다.
소년은 열심히 공부해서 한신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고향에서 목회자로 일하다가 스위스 바젤대로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중엔 총장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 소년이 바로 오XX 전 한신대 총장이다.

 

오 총장의 이 일화에서 주목할 것은 진학의 길을 열어준 이 목사와 무명의 집배원이다. 수신인이 ‘하느님’인 편지를 교회에 전해 준 집배원이 오늘의 오 총장을 있게 했다고 생각된다. 만일 집배원이 “뭐 이런 편지가 다 있어. 장난을 쳐도 유분수지” 하고 편지를 내동댕이쳐 버렸다면 소년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소년은 그렇게 편지를 쓴다고 해서 하나님이 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그렇게 나타내 본 것일 뿐 그 편지로 인해 진학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소년에게 그 길이 열린 것이다. 그것은 집배원이 자기에게 주어진 우편 배달의 역할과 직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어처구니없는 편지를 찢어 버렸다고 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을 텐데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는 자기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소년의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처럼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만큼 중요하고 감동적인 일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각자 주어진 삶의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의 성실성에 의해 다른 사람의 삶이 변화되고 발전돼 나간다.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가 내란과 가난으로 눈물이 말라 버린 톤즈의 아이들로 하여금 그토록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것도 신부와 의사로서 사랑과 봉사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태석은 48세의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의 헌신으로 불모의 땅 톤즈에서 58명의 의사가 나왔다. 이토록 감동은 여기저기에 많다. 하늘인데.
어디에선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것은 남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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