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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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는 밤이 없다
멀리 나갔던 배도 돌아오고
높이 날던 갈매기도 내리고
종일 출렁이던 파도도 잠잠해졌어도
하늘과 땅 뭇빛들이 어둠을 쫓아내고
그새 환한 새벽을 끌어오고 있다
그 옛날
벌써 참 많은 시간이 흘렀어
그때도 이곳엔 밤이 없었지
하늘과 바다, 땅에서조차
온통 불빛이 환하게 춤을 추었고
우린 그 속에 하나의 빛이 되었지
오늘 밤도 그 빛이 타고 있다
황소낙지라는 별명을 가진 시인
처음부터 이별까지
「유채꽃 피는 완도」「내 고향 금일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윤슬처럼 빛나는 시를 서럽게 읊던
그래, 오늘만은 밤이 없어도 좋겠다
이미 새벽은 다가와 있고
저 육중한 배들도 이미 깨어 있지 아니한가
승이의 허탈한 한숨도
어제의 바람도 우릴 감싸 놓아주지 않고
또다시 언제 밤 없는 완도를 올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