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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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검은 것만은 아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그림자도 있다
가장 밝은 자리에서
가장 오래 잃었다
무채색 마음속에
묵음으로 자라는 말이 있다
잊히는 것들은 항상 흰색에 가깝다
그림자는 빛의 반대편이 아니라
기억의 농도다
당신이 남긴 말의 가장자리에서
나는 자주 투명해졌다
몸이 뒤틀리면
감정도 음영을 바꾼다
내가 뒤늦게 꺼내 읽은 슬픔은
흰 종이에 눌린
검지 손톱만한 흔적이었다
가장 흐린 날의 그림자에
진실이 한 줄씩 접혀 있었고
그 접힌 주름을 따라
당신의 부재를 펼쳐 보았다
명도는 단순한 밝음이 아니었다
마음이 어두워지는 속도였고
그 안에서 빛보다 먼저
사라지는 얼굴을 기억했다
그림자는 늘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보이지 않아도
가장 가까웠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