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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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그려진
오동꽃색 비단 보자기였다
고슴도치 같았던 당신의 생을
멀리 여행이라도 떠날듯
곱게 매듭 지어 싸놓았구나
등골 휘어지던 삶이 속을 휘저었을 텐데
무릎에 도리깨 소리 나던 그 시절
꼬깃꼬깃 죽음을 장만해 놓았다니
이곳저곳 사람 냄새 피우며
북적대던 그때에 갇혀서
얼마나 오목가슴 시려웠을까
천기누설이라도 될까 봐
꼭꼭 묶어 깊숙이 넣어 놓고
홀로 마음속 든든한 천사의 날개 같았을
지금은 그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버린
치잣빛으로 물들인 삼베수의
지금은
생의 마지막 나들이 준비로
한 장씩 넘기는 숨소리 가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