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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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찬바람에 짓눌린
영혼의 해빙처럼
대지가 뿜어내는 약동
달콤한 바람에 꽃잎이 자욱하다.
가끔 춘설이 흩날리더라도
심장에 휘감기듯
봄이 온다.
더 짙을 수 없는 초록에
백색으로 작열하는 태양에
눈이 부시는 윤슬로
여름이 흐른다.
순수의 열정과
미지의 눈망울이
이리저리 정처가 없다.
모든 것이
절정으로 치닫는 때
후일을 기약하는
장엄한 종말
모든 생명이
인고(忍苦)를 불태우고
여름을 비운다.
풍요의 들판이 애잔하다.
희로애락 다 거둔 빈자리에
무엇이 남으리
겨울 바스락 찬 공기에
철새들 푸드득 날고
텅빈 들판에 가끔은
연기가 피어 올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가끔은 봄소식도 스멀거린다.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가
평행선으로 흐른다.
불멸의 영혼은 수없이 파고를 넘어
급기야 윤동주의 사랑의 전당,
그 첫마디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너는 내 전(殿)에 언제 들어왔던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