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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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도 눈물을 흘린다
줄자의 눈금은 낡은 비문처럼 희미하고
톱의 이빨은 철의 관절을 자른다
성급하면 고요한 통증이 일고
배부른 부품은 제 집을 모른다
가슴이 식어 갈 즈음 새살을 덧댄다
합친다는 건 구겨진 별자리를 꿰매는 일
사랑이라는 설계도는 불꽃 속에서 완성된다
굳은살 박힌 아버지 손과
맑은 어머니 눈이 재봉되어
자라난 내 혈관에는 수천 번 오르내린
서투른 언어들이 백혈구처럼 흐른다
세월은 굳어 버린 용접 비드를 따라
구부러진 기류의 길을 걷는다
과녁을 향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달리면
쇠붙이의 심장이 다시 뛴다
가슴에는 붉은 쇳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