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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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걷고 있었어
혼자라는 것을 느꼈을 때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왔지
나와 똑닮은 키덜트였던 거야
나에게서 달아났던 유년의 친구
그도 외로워서 나를 찾고 있었던 거야
그는 드론을 갖고 있었고 단추엔 마징가Z가 달려 있었어
우리가 제일 갖고 싶었던 건 낙하산이었지
언젠가 나무에 올라 우산을 펼쳐 뛰어내리기도 했어
우린 그의 드론을 갖고 놀았지
그는 어린애 그대로였어
조약돌을 모아 식탁을 만들고
조개껍질을 주워 그릇으로 쓰자고 했어
저녁놀이 비껴갈 때 나는 치킨과 맥주가 먹고 싶었어
그는 솜사탕을 먹자고 했고 우리는 갈등에 휩싸였어
내가 쓴웃음을 짓자 그는 난감해했지
우리는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거야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드론이 어선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어
키덜트도 어디론가 떠나고
나는 또 나를 잃어버린 슬픔에
혼자서 독한 술을 마셨지
하늘이 바다가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