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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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눈 흩어지는 어느 겨울
창문을 두드리는 눈발 바라보며
무 한 개 가로 베어 반쪽 먹고
남은 반쪽 방 한편에 두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방구석 덩그러니 놓여 있던 잘린 무,
한쪽에선 검은 곰팡이 피어나고
다른 쪽에선 연둣빛 싹이 자라고 있었다
칼날 지나간 자리
육신을 도륙당했으나 죽지 않았고
부패했으나 무너지지 않았던 무,
천장 향해 시나브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