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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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구에게든 안부를 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안녕하세요
네 오랜만이네요 잘 계시죠
네 잘 있어요
이런 말들이 상상 속 얼굴에서 말을 건네고
답을 듣는 동안
휴대폰 주소록만 훑어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안부란 잘 지내고 있을 소식에게만
묻는 일이지
예정 없이 옷장을 열어보고
나를 비운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이제쯤 의류수거함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오래 간직해
헤어진 타이밍을 놓친 감정들
이 옷 저 옷
옷걸이째 들고 앞뒤를 재보는데
어찌된 일인지 웜홀 속에서 빠져나온
내가 되어 있다
내가 즐겨 입던 린넨 정장
베이지색 바지, 검정 투피스
해질녘 바닷가 거닐던 푸른색 원피스
줄지어 매달린 옷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나를 살피고 있다
그리고 안도한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입고 있다
추억이 안부를 물어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