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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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초상화
어머니는 우물 속 블랙홀이다
언제나 이명 속에서 웅웅대는 블랙홀이다
내 안 바닷새들 뒤척이는 밤이면
뒤란 곁, 살구나무 아래 우물 속
어머니는 초승달로 떠오르고
이끼 낀 두레박을 내려 어머니를 만지면
어머니는 천 조각의 거울로 깨어진다
내 아픈 은유의 나라
일렁이는 거울 속으로 사다리를 내리면
나의 창세기 그 시절의 블랙홀
그리움만 출렁거려 세상 모두 질식하고
어둔 방 불빛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하루치의 기억을 지운다
지치도록 출렁대는 파도
바다의 자궁 속에 잠을 묻으면
내 안 바닷새들 파닥거려
바다 끝자락 물고 날아올라
하루를 깨운다
이 도시의 사막에서
세월 지나 나를 적시는 독한 그리움
어머니의 바다 한 장 들춰내며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