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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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울어보지 않은 나무가
비로소 울음을 배운 날
그 갈비뼈 사이로 말 없는 울림이 번졌다
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몸 밖에서 겨우겨우 배운 음성
현은 약손가락보다 먼저 떨렸고
활은 칼날처럼 나를 그었다
가슴을 활짝 열었지만
거기서 튀어나온 건 사랑이 아니라
가늘고 날카로운 울림의 기억
현 하나하나가
잊고 싶었던 시간을 켜고
숨기고 싶었던 날들을 연주했다
소리는 단지 소리가 아니라
내장 속에 틀어박힌 또 다른 나
나는 악기보다 먼저 부서졌고
그 파편 위에 올라타 노래했다
연주란 마음보다 먼저 상처 입은 갈빗뼈를
다시 세우는 일
눈물 안을 울리는 울림통
어쩌면 가슴보다도
더 깊고 어두운 감정의 동굴
모든 소리는 슬픔이 닿는 데까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