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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기 배움의 연결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영분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가을호 2025년 9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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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영혼이 있어서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행복이란 결코 큰 데 있지 않다. 사소하고 미미하게 나날을 불편하지 않게 지내는 소확행이 보석 같은 생활이다. 자연은 인간에 있어 삶의 터전이고 배경이다.

 

키오스크 기기를 다룰 수 있나요?
커피 한 잔을 친구와 마시고 싶어 찻집에 가니, 현관 앞에 키오스크 기기가 앞을 막았다. 키오스크 기기에 내가 마실 음료를 주문하고 카드를 넣어야 결제가 된다. 기기 사용을 할 수 없으면 머뭇머뭇하며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뒷사람에게 민폐를 줄 수 있다. 한가한 찻집이면 모를까 사람이 많아 붐비는 찻집에서 기기를 서툴게 조작하게 되면 마음에 위축이 온다.
찻집뿐만 아니라, 행선지마다 저마다 필요한 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기기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은행은 은행에 알맞은 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기기, 지하철, 공공기관,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또한 장애인 사용을 목적으로 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기기를 각각 개발하여 사용한다. 가는 장소마다 추가 기능과 설계가 더 세밀하게 이뤄져 사람이 하는 관리를 모두 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기기가 하고 있다.
내가 삶을 영위하는 중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공항에서의 일이다. 키오스크 기기로 비행기 빈칸의 좌석을 알아보고 비행기표를 살 때의 일이었다. 오랜만에 공항을 이용할 때의 난감함이 두려움을 낳게 한다. 가까스로 커피 키오스크 기기만 배웠을 뿐인데, 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기기에 빈 좌석 찾아 비행기표를 산다는 것은, 말을 못하는 아기에게 물건을 사 오라는 경우가 같을 것이다.
공항에서의 당혹감을 덜기 위해서 자녀들과 함께 가는 것으로 당황스러움을 모면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혼자 잘하고 싶어진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
공부하기 위해서 실전해야 하는데, 항상 공항에 앉아서 남이 사용하는 것을 구경해야 하니, 하루도 쉬지 않고 정보는 앞서가고 있는데, 그 뒤를 따르는 나는 헐레벌떡 따르려 하지만, 도저히 따를 수 없다.
앞으로는 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기기가 추가되고, ‘AI가 사람 대신 모든 일을 해 준다’ 하니, AI 다루는 기술도 배워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사람이 숨을 쉬고 사는 것도 AI에게 맡겨야 할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로봇이 가는 곳마다 있어, 나를 만나면 내가 말하는 대로 해결하여 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기기는 사람의 능력으로 이뤄지지 않는가. 모든 일을 기기에 맡기다 보면 사람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기기는 감성이 없지 않은가. 사랑, 그리움, 정, 아픔, 고통, 즐거움, 아름다움, 멋, 리듬, 감정 등이 없는 각박한 사회가 된다.
감정을 노래하는 문학, 시, 소설, 수필, 노래, 그림이 없다면, 기기의 편리함보다 세상이 더 암흑으로 변할 것이다. 인간이 살면서 사랑이 없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
수필가는 글로 자신 삶 속에 스며든 실체를 얘기하고, 세월의 밝음, 맑음, 아름다움, 정, 사랑을 기록한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과 느낌의 풍선(기쁨, 우울함, 고독,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을 한 소금씩 뽑아내고, 미술가는 자신의 감정을 손끝이나 붓끝을 통해 아낌없이 화판에 쏟아붓는다.
음악가도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기쁨과 아름다움, 슬픔과 그리움 등을 타인의 귀를 통해 느낌을 들려주고, 소설가는 있을 듯한 이야기나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문장을 통해 본인이나 남에게 읽게 해 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자연을 아끼고 순응하며,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사는 것이 삶의 본연의 자세라 생각한다. 과학 문명이 발달하여 삶이 살아가는 동안 편리한 점이 있겠지만, 감정이 없고 정이 없는 삶은 각박한 생각이 든다. 양자를 절충하되, 모든 기기를 사람이 적당히 부리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사람이 기기에 완전히 정복당하게 되면 불행한 삶이다. 여전히 기기 다루는 공부는 꾸준히 해야겠지만 너무 무노동의 편리함만을 찾다간, 기기에 사람이 정복당하게 된다.
문명이 발달한 사회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도구들을 부리며 살아야 한다. 도구는 수단이지 최후의 목적이 될 수가 없다. 삶을 아름다운 자연의 선율에 실어 인생의 황혼기를 더욱 향기롭게 공부하면서 장식하고 싶은 게 나의 소망이다.
*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일반 키오스크보다 더 많은 기능을 첨가시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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