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가을호 2025년 9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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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몸통이야 재목(材木)으로 내어주고
베어 낸 그루터기 흔적만이 남았으나
그것도 세월에 삭아 바스러질 모양새다.
귀하게 이룬 농토 자식에게 넘겨주고
뒷방 늙은이로 세월이나 낚고 있는
노농(老農)의 평생 이력을 닮고 있는 고주박이.
귀한 것일수록 나눠주고 싶은 것은
나눠줘도 모자라는 부모가 된 마음이되
그나마 작은 소망은 겨우 이룬 것일까.
제 몸도 제 것 아님이 원래의 이치지만
속앓이하던 하늘 고즈넉이 밝아오듯
슬프나 슬프지 않게 노을 앞에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