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가을호 2025년 9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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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거풍도
은혜로운 축복이라 했다
첫날밤 옷고름 풀듯 혈관으로 스며든
온기에 불어 터진 음습한 제 꼴에
스스로 놀라 어깨를 훌쩍이다가도
수열 어긋난 복권처럼
들쑥날쑥한 열 가락이
적막과 부둥켜 똬리로 맞서
돌부리에 피멍 숱해도
몇 푼 세경을 구걸하는 주인을
앙상하게 지탱하였지
쓸모없이 자랐다며
부리를 억지로 자르고
간간히 살점 떨어지는 아찔한
현실의 고통쯤이야
제 톱니에 때만큼도 아니라는
그야말로
일극(一極)의 경전에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