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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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바람은 때마다 불었지요
나는 어제 태어났지만
어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내일은 이미 내 속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잴 수 없는 시간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라는데요
당신은 내 안에 있는데, 어디에도 없는
오후가 무너지고 있었어요
그늘을 만들다
니요?
나는 무게가 없는걸요
비행운을 남기고 전투기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집니다
어딘가는 또 무너질 것이고
생일이 오늘인 젊은 그는 다리가 나보다 많이 깁니다
부드러운 내 몸의 살은 떨려 흩어질 때도 있지만
달처럼 차기도 이울기도 하는데요, 허공에서
나를 사랑한다 하던 당신
경추 4번과 5번은 무탈한지요?
자꾸 이동하는 지평선을 따라 혈관성 어지럼증을 앓는
나는 어디에 내려야 할까요, 언젠가
폐역이 된 간이역의 급수탑에서
문득 태어난 나는, 나의 구름이 아니라
당신의 구름이라고 하던데요
주소를 어디로 적어야 할까요
유품은 누가 정리해 줄까요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힘들어서
아직은 자리보전을 하고 있습니다
내 속에 당신이 있어
나는, 당신의 집인 나를 허물지 못합니다
가능성의 장례를 치르며
필연성 하나를 남겨야 하는 지금,
정해진 얼굴도 없이
얼굴도 모르는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어제 태어난 구름입니다
아무도 나를 모릅니다
허공이 편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