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4
0
3월 어느 날
까까머리 비파색 얼굴 고운 비구니
노란 산수유꽃이 안개처럼 피던 봄날
서울에서 내려온 서글서글한 사내에게 손목을 잡히고
그만 불어오는 봄바람과 노란색 마술에 걸려
꽃과 나비가 되어 한바탕 춤추고
내일 구례장에서 만나 서울로 가자는 말에
“꽃들이 참 부산스럽게도 폈네요”*하고
돌아섰다.
북극 빙하 머리
화산 마그마 가슴으로 보낸
긴 봄밤이 지나고
다음날 비구니는
부처님 전에 엎디어 하직인사 올리고
구례장터에서 종일 돌처럼 서 있었다
사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산수유꽃이 저렇게 노란데…
산수유꽃이 피는 계절이면
구례장터를 서성이는 한 여인
꽃이 다 질 무렵 기다림을 멈추고
막차 버스에 올라 돌아가는 여자
흔들리는 어깨, 텅 빈 뒷모습
차창에 어리는 눈동자에
이슬이 맺히고…
나쁜 놈
*소설 속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