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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를 위한 헌사

한국문인협회 로고 배두순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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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피해 가는 똥을 돌돌 뭉쳐
굴려 가던 곤충에게 시선을 뺏긴 적이 있다
동그란 그것을 몇 번이나 놓치고도
포기하지 않던 미물의 집념에 넋을 잃은 것이다
덩치 좋은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즐기면서
배합사료나 농약이 묻은 먹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니,
나름대로 까탈스러운 족속이다
똥을 파먹고 배를 채우면
집에까지 굴려 가서 그 속에 낳은 알이
애벌레가 될 때까지 가장 노릇에 매진하는
우직한 수컷의 본능
소똥으로 살림을 차리고
경단을 빚고 가문을 지키는 암컷과
똥의 자양분을 빨아먹으며 겁 없이 자라나는 애벌레들 
한때는 다 소였다
똥 밭에서 생의 고샅길을 틔우고
똥에 대한 철학을 남기고 쓸모까지 입증하였으나 
사람들은 더럽다고 외면했다
그런 미물을 주시하던 나의 오만이 고개를 숙이고
뱉던 침을 도로 삼킨 적이 있다
생은 굴리는 만큼 두툼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쇠똥구리가 팔월의 염천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똥-덩이를 나르던 그해 여름이었다
그 우직한 쇠똥구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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