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3
0
안데스 여인, 산을 오른다
해발 3399 꾸스코에서 삭사이와만 오르는 길
숨을 고르며
허리에 두른 색바랜 폴레라*
추위도 더위도 겹겹 껴입었다
산등성이 가까울수록 삶은 더욱 가파르고
낡은 샌들 부르튼 발가락
어깨를 짓누르는 이크야*
칭얼대는 어린것에게 끼푸 를 걸어주며
기다리는 이들 있나 보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늘 더 가까이
층층 쌓아 올린 거대한 그들의 제단은
한 덩이 바위처럼 굳고
깊은 침묵에 잠겼다
침묵은 그들의 언어였다
기다림은 그들의 시간이다
말없이 고도를 오른다
오늘도 쉼 없는 여인의 발걸음이
산을 세운다
*폴레라: 안데스 원주민들의 전통의상. 화려한 색채 주름지고 폭넓은 여러 겹치마. 스페인의 식민지 억압을 전복한 의상.
*이크야(Lliklla): 안데스 여인들이 아기를 업거나 물건을 나를 때 사용하는 천.
*끼푸: 매듭. 잉카문명은 매듭언어를 사용했다. 신화, 숫자, 날짜 등을 매듭의 색상, 길이, 종류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