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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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선 꽃봉오리들
하늘북 치며, 온 지구가 구멍 뚫리도록,
책가방 던지고, 뒤집어졌지
얼굴 빨개진 초등 육학년 다섯 가시나들
약속한 듯, 배워주지도 않은 물구나무서기한다.
온 밤 거꾸로 서서 두 손으로 벌벌 걸었지
지느러미 세워 허공을 찔러 솟구쳤는데
뚫린 하늘 와르르 쏟아져, 별이고, 달이고, 알 수 없는 꿈,
빙글빙글 돌아내렸지
쓰러지고 일어서는 윤무,
호야 불 속 책가방, 화로, 장롱들 쏟아질 듯 다가왔지
밤바다가 쏴아 밀려왔다가 달려가는 해변,
번득이는 비늘 펄럭이며, 굽이쳐 하늘로 오르는 이무기
날마다 새 하늘 새 땅이 기다렸지
거꾸로, 두 발로 하늘을 걷는다 손으로 땅을 걸어간다
내일 시험은 아는 문제에나 답 쓰면 되지 뭐
밤 이슥토록, 무당이 줄 건너듯 하늘을 짚으면
풋풋한 울음이 들렸지
나 처음 태어나서, 빨간 두 다리 잡히고, 번쩍 들려
거꾸로 곧추섰었지
온몸으로 울든 첫울음,
북받치는 파열음 그리워, 지금도 거꾸로 세상을 읽는다.
생을 예감하는 헤엄, 어디로 가는 걸까
헛발, 하늘을 걸어 태고로 달리고 있었지
뜰에는 흰 눈발이 내리고
붉은 남천 열매가 뜰을 밝히는데
외길, 아무도 간 적 없는 아득한 숲속
큰 알 하나, 울음이 터져
희붐한 숨결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