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7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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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애 가졌단 말이야”
‘뭐라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별 없는 밤에도
눈비 오는 날에도
나만 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고
입맞춤도 없었고
한 번도 안아본 적 없잖아’
“왜 남들이 볼까 봐
다리는 숨어서 이불 속으로 다가왔고
바람 타고 와 머리 끝까지 만졌잖아”
‘그건 말이야
네가 외로울까 봐
눈빛으로 가슴을 쓰다듬은 것뿐이잖아’
“있잖아,
발뺌한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삭풍이 몰아치기 전
노랑 알 떨구지 못한 채
장대비 맞으며 울고 있는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