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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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딱 봐도 넘 불안하지 않니 당장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잖아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까 뭐
ㄴ/ 그렇다고 벌써 아주 퍼질러 앉는 건 좀 그렇다 그치?
정수리 두껑 훤히 열어 놓고서
ㄷ/ 그래 일단 좋아 앞뒤 꽉 막힌 것보담야 낫지 않니
족히 전방 시야는 확보한 거니까
ㄹ/ 순탄하던 타래 뭔가 좀 꼬인다 싶더라니
하지만 층고가 그리 높지는 않아 다행
ㅁ/ 답답하더라도 좀 참아
이리 제대로 반듯하게 모양 갖추기도 쉽지 않아
ㅂ/ 가득 채워져 넘치는 것보다는 당근 낫지
출렁대다 엎지를 일은 단연코 없을 거야
ㅅ/ 때론 맵차게 가위표 치며 완전 반대할 것까진 아니란 거지
어쩌다 중립의 자세도 필요하긴 해
ㅇ/ 세상만사 다 좋다만
그래도 일이 잘 구를수록 득의냉연 담담해지라는 거지
ㅈ/ 잠시 숨가쁘다 싶으면 그새 내리막인 걸
먼 그대에게 가는 중 만나는 언덕바지 쉼터
ㅊ/ 자주 들썩이는 마음의 뽀족 등성이에 평정의 돌 하나 얹어 보는거야
착 가라앉히는 꼭짓점 품새
ㅋ/ 애움길 빗금 긋듯 가로지른 지름길
너무 자주 이용은 마 에두름이 가끔씩은 늦은 듯 이른 거야
ㅌ/ 칸막이 풍경에 자신을 들여놔 봐
스스로 그 풍경의 주인공인 듯한 착시
ㅍ/ 이제 잠시 쉬어갈 때도 됐지
등받이가 없는 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니
ㅎ/ 지평선 너머 일출의 여명과 일몰의 노을은 같은 모양새지
삶과 죽음의 두 끝은 맞닿아 있다는 증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