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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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지나가고 맞이한 청명한 하늘. 밤새 내리친 비와 바람이 모두 사라진 아침 세상은 한결 가볍고 투명하게 깨어 났다가 어젯밤의 폭풍은 마치 모든 것을 씻어 내고자 했던 것처럼 집과 마당의 모든 잔해를 몰아냈고, 그 뒤로 남은 공기는 더없이 청명했다. 하늘은 흐릿하지 않은 깊고 깨끗한 푸른빛을 드리웠다. 햇살은 부드럽게 땅을 스치고 뒷마당에 서 있는 작은 연잎 하나까지 반짝였다.
지난날 추억의 여행을 떠났다. 그 시절 나는 어제의 두려움과 긴장은 바람에 실려 사라진 듯했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마당으로 나갔다.
해는 산너머로 기울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맑고 고요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이미 별들은 지평선 위로 하나둘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함께 마당에 앉아 별자리를 찾았다.
“저기 있는 것은 북두칠성, 북극성, 전갈자리, 저기 큰곰자리, 그리고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 수성 별.”
어머니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단단했다. 나는 어머니 옆에 서서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자리는 살아 움직이는 듯, 서로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가족이지. 별자리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친구들이란다.”
어머니의 눈빛은 그대처럼 별들의 무리에 머물러 있었다. 나도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잔잔한 강물처럼 내 마음을 적셨다.
“폭풍이 지나간 하늘에서야 비로소 별이 더 또렷하게 보이듯, 우리 마음도 시련 뒤에야 본래의 빛을 되찾는 거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의 말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였다. 폭풍우는 나를 흔들고 무너뜨렸지만, 그 덕분에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는 별들이 다정하게 반겨 주는 듯했다.
풀벌레 소리가 더 맑아졌고, 먼 곳의 나무 사이엔 달빛조차 고요히 스며들었다. 나는 그 순간, 폭풍이 남긴 흔적 속에서도 새로운 아름다움이 피어났음을 깨달았다.
밤이 깊어지고, 하늘에는 칠성이 한층 또렷하게 자리했다. 어머니는 나를 지극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죽고 이 세상에 없을 때 내가 보고 싶으면 유난히 반짝이는 ‘수성별’ 자리를 보렴. 나도 별이 되어 너를 보고 있을 테니.”
나는 “엄마 왜 그런 말을 해요” 하면서 부정했지만, 그 후로 몇 년이 지나서 어머니는 하늘에 별이 되었다. 한적한 밤하늘에 풀벌레 소리가 들리면 밤하늘에 별을 보면서 어머니와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리운 어머니를 불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