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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노예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종윤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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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실속도 없이 날이면 날마다 바쁜 시간에 사로잡혀 스스로 담금질할 새도 없이 세상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자기의 바쁜 시간이 언제 바람같이 왔다 구름같이 사라져 갔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현대인들은 시간에 쫓겨 숨 가쁘게 헐떡이면서도 익혀진 답습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고, 항상 24시간도 부족하다면서 ‘오늘은 시간이 없다, 바쁘다 바빠’라는 말을 입에 담고 살아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본인 스스로 바쁘기는 바쁜데 왜 바쁜지조차도 모를 만치 시간이란 망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중국에서는 애꾸눈 할(瞎), 바쁠 망(忙) 자로 할망이란 말로 표현한다. 즉, 특별한 계획이나 목적도 없이 괜히 부산하게 서둘러댄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인들만이 겪는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습성이며 병폐인 것이다. 이는 자신의 구태의연한 시간 관리의 실책이며 적정하게 효과적인 시간을 활용하지 못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듯 인간이 시곗바늘에 조롱당하며 시간의 노예로 살아간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는 반드시 스스로 개선되어야 할 난제이며 과연 인생이 날마다 바쁘게 뛰며 부질없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아야 할 문제다. 물론 현재 노력한 만큼의 물질적 대가는 주어질지 몰라도 행복한 삶의 질적 가치가 얼마인지는 헤아리기 어렵다. 어느 누군가 바쁜 시간에 시달리며 “배가 고프면 끼니를 챙기고, 눈꺼풀이 내려앉는 저녁이면 잠자리에 들고, 배설하고 싶을 때 배설하는 것 말고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틈이 없다”라고 한 넋두리는 시간의 노예를 에둘러 한탄한 목소리일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 열악한 삶에서 빡빡한 일정에 파묻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만 태우는 현실의 야속함을 대변하고 있음이다. 오늘날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경직된 환경에서 벗어나 좀 더 여가를 즐기며 인간의 보람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라는 난제는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이런 환경 조건하에서 제아무리 시간에 쫓긴다 해도 실망하거나 낙심해서는 안 되며 누구나 노력만 하면 언제든 여가의 틈새 시간을 유용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분명 진정한 삶의 진리는 먼 데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맹자(孟子)』 이루상편(離婁上篇)에 나오는 말로 ‘길은 가까이 있다. 그런데 먼 곳에서 찾는다. 일은 쉬운 곳에 있는데 어렵게 찾는다. 사람들이 친(親)한 것을 친하다 하고, 긴 것을 길다고 한다면, 천하는 태평하다’라고 했듯이 모든 해결책은 먼 곳이 아닌 가까이에서 찾아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조급한 마음에 바쁘다고 서둘다 보면 적기에 정작 필요한 일을 선택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게 된다. 다양한 일의 신속한 처리, 난이한 문제의 효율적인 선택, 불필요한 시간 낭비의 요소는 없는지를 찬찬히 살피다 보면 어두운 터널의 틈새에서도 밝아오는 여명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보람 있고 소중한 일은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또 다른 색깔로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기회는 바로 자연이 베풀어 준 본연의 귀중한 역량이며 그 속에서 순리를 찾아 어김없이 다가온 변화에 순응하며 귀중한 여운의 소리를 잘 활용해 간다면 분명 자기가 소망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바쁜 시간만 탓할 것이 아니라 다변화에 능동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간다면 무엇이든지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변화가 없는 인생은 이미 녹슬어버린 폐품이나 다를 바가 없다. 타성에 젖어 투철한 각성을 잃어버린 인생은 이미 아무 데도 쓸모없는 묵은 잡초에 불과하다. 이를 탈피하려면 단시간에는 어렵겠지만 지금이라도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오르면 반드시 삶의 값진 가치를 이룰 수 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강인한 의지력과 열정을 불사른다면 불용의 방만한 시간을 올바른 여가 선용의 효율적 방법으로 엮어 바쁘디 바쁜 노예 시간을 구출해 낼 수 있으며, 원하는 즐거운 삶의 질적 가치를 상승시킬 절호의 좋은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여기에는 바쁜 시간의 노예라 위축되거나 짜증을 내서도, 화를 내서도, 자신을 탓해서도 안 된다. 오직 자신의 몫을 깊이 인식하고 물의 앙금을 가라앉히듯이 여유로운 마음을 항상 곁에 두고 차분히 다스려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누구든 노예의 시간을 벗어나 반드시 충만한 여가의 꿈을 싣고 떠오르는 태양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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