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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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희로애락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희로애락을 얼마나 느끼는지 표현하지 않으니 그 정도가 어떠한지 헤아리기 어렵다. 특히 인간은 손발 등 온갖 재주를 표현하는 예술적 감각이 풍부하니 만물의 영장이라 어떤 동물도 사람만치 표현 능력을 나타내지 못한다.
한국 사람은 전 세계에서 독특한 문화의 향수를 발휘하여 목소리를 자랑하는 무대, 소위 대중가요가 발달하여 각자 기교를 발휘하여 서민들의 피로를 풀며 화합의 장단에 어깨춤을 곁들여 전국의 노래자랑은 매주 돌아가며 지역 기관의 큰 행사로 발전하여 왔다.
1927년 이북 황해남도 해주 출신 송해(宋海)는 해주예술전문학교 성악과 출신 가수, 희극배우, 방송인 등 특출한 재주꾼으로 ‘흘러간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부른 가수인데다 1988년부터 34년간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로 큰 기여와 사랑을 받고 2022년 95세로 심근경색, 화장실 문에 기댄 채 가시었다. 외국에도 이런 아름다운 지역 서민들의 노래 솜씨 자랑 행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흘러간 노래자랑은 청중들의 일체감에 박수와 환호 속에 참으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여 특상, 대상, 장려상 등 수상자는 전국 시청자들에게 각자 특유한 장기자랑을 사심 없이 표현하여 수상금의 다과를 불문하고 만장의 우렁찬 박수가 터지며, 청중들에게 자기가 당선된 것처럼 기분을 마음껏 향유함은 국민 일체감의 풍부한 선물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국민 MC 송해 님은 참으로 특유의 훌륭한 진행자였으며 남녀노소 전 국민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전국에 각인된 재능을 아낌없이 베풀고 가신 수많은 연예인 중 으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노래자랑 시간이 시작되겠습니다.” 하며 큰 소리로 외치며 마이크를 높이 들고 청중들이 다 같이 함성을 더 높여 박수와 환호를 불러일으키던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라 자랑스럽기 한이 없다.
또한 1938년 황해북도 사리원 출신 김동건(金東鍵: 경기고, 연세대 출신) 님이 진행하는, KBS홀에서 매주 월요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가요무대> 또한 국민 가수들이 뽐내는 프로그램이다. 명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부르는 흘러간 노래는 집에서 휴식하는 국민들에게도 매우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요무대>는 1985년 역사적인 첫 진행으로 40년간 진행해 온 국민가요 선창자 김동건 님의 진행말들은 한껏 분위기를 의미 있게 다루는 양념이라 할까!
구순의 나도 흘러간 노래는 어릴 때부터 재주껏 부르기도 했다.
1947년 김해시 주촌초등학교 4학년(78년 전) 때 학예회가 있었다. 남자 1, 2반, 여자 반 중에서 이태희와 망덕리 여학생 최천동이 둘이 최동현 선생님께 뽑혀 창가를 불렀다. 열두 살 때 듀엣 명가수로 750명 전 교생이 모인 대강당 단상에서 <뜸북새> 노래를 풍금 소리에 맞추어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후 중고등학생 때부터 대중가요를 부르기 시작했고, 국립체신대학을 졸업하고 서울국제우체국 소포과 통관계에 같이 근무했던 광주 출신 노명근과 이태희는 어느 날 남산 KBS 공개홀에서 당시 흥에 겨운 유행가 미국 가수 폴 안카의 <크레이지 러브>를 불러 딩동댕 하고 노명근 친구는 합격했고 이태희는 <아이 러브 유>를 불렀는데 중간에 땡 하고는 불합격한 일도 생각난다.
직장을 다니며 사회인이 되면서 퇴근길에 모임, 회식 등 친구들과 만나 소주 파티에 얼큰해지면 그때는 으레 친구들과 교대로 수많은 흘러간 노래, 대중가요를 제법 구성지게 방마다 부르기도 하면서 직장의 피로를 풀고 친구들과 친교를 재미있게 보내면서 살아왔다.
내가 많이 부른 노래들은 참으로 많다. 고인이 된 명가수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고복수의 <타향살이>, 현인의 <신라의 달밤>,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이난영의 <목포는 항구다>, 현철의 <사랑은 나비인가 봐>,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 김정구의 <두만강 푸른 물>, 명국환의 <백마야 울지 마라>, 고운봉의 <선창>, 홍난파의 <울 밑에 선 봉숭아야>, 송대관의 <차표 한 장> 등 많고도 많다. 간드러지게 구성지게 불러왔다.
살아 있는 명가수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 남진의 <미워도 다시 한번>,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 나훈아의 <고향역> 등 수많은 노래를 일일이 거론하기 어렵다.
이러한 수많은 ‘흘러간 노래’ 속에는 국민들의 사랑, 이별, 눈물들이 가사의 주종을 이루는 한국적인 특별한 정이 흘러넘치는 애달픈 사연들이 녹아 있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헤어진 후 그리움의 애환을 담고 있어 전 국민들이 애창하는 환호와 박수의 가창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9순의 이 나이에 난청 청각장애로 소리의 문화를 잃은 지 20여 년에 기억력마저 사라져 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도 듣지도 못하는 추억의 애창곡은 수없이 많으나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도 못하니 아련한 추억들로 다 흘러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