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7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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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비닐은 새처럼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이런 세찬 바람에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는 걸 나는 괴로워하면서
목소리를 높여 노래 부를 수밖에 없었죠
가로등 불빛은 잔인하게 객관적이었죠
찢어진 비닐을 밝게 비추며
밤새도록 도로 위로 끌고 다니겠죠
어쩌면 내가 어떤 조각들을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사실, 사람을 붙들지 않았어요
수술 후처럼 너덜너덜해진 풍선 하나가
발 앞에 내려앉네요
당신의 말 속에는 눈동자가 들어 있죠
그 눈빛이 얼마나 차가운지
허공으로 던져진
내 안엔 비가 내리네요
밤낮 없이 비가 구름을 몰고 와
사랑을 찾아 헤매죠
내 속의 빗소리가 두려워
온종일 어깨가 무겁죠
바람이 지나가네요
이런 게 생명이라면
벗어나고 싶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