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7월 665호
55
0
불곡산 기슭에 서성이던 저 눈발이
서둘러 장막을 쳐 오는 봄을 막아 놓고
순리를 엇길로 몰아 때아닌 눈보라는,
가난도 외로움도 행복으로 빚어 살며
우리가 하나 되어 함께한 세월인데
아픔을 혼자 짐 지고 어디로 가려는가?
실 파람보다 여린 그 숨결에 거는 기대
하늘 땅 신령님께 간절히 비는 마음
애원의 눈빛마저도 외면하는 병상 일지
귀 기울여 들어도 감감한 님의 거처
갈갈이 찢긴 가슴 하늘이 무너진 터
운명을 패덕질치며 나의 신을 저주한다.
입춘이 지났거니 봄은 이미 와 있는데
눈덩이 무슨 일로 시비에 나서는가?
떠나는 길목을 막아선 심술 궂은 빙판길.
- 불곡산: 서울대 분당병원 뒷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