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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초등학교 수난사

한국문인협회 로고 함영관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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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강점기인 36년에 서울이 아닌 변두리, 그 당시 호적에 적혀 있는 경기도 고양군 한지면 신당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우리 집은 경기도 여주에 대농이라 할 수 있는 부농 집안으로 서울과 여주에 살던 집도 모두 두고 온 것이다.
그곳에서 아들 귀한 집에 우리 형제가 3년 터울로 태어났다. 여주에서 장손 하나를 비명에 보냈고 아버지 형제는 딸만 둘씩 모두 4명의 딸만 갖고 있었다. 그 딸 속에서 내 형인 장손을 떠나보냈으니 집안은 온통 침울 속에서 살았다. 할아버지께서 집을 한 번 옮겨 보자고 용단을 내어 내가 태어나기 전에 신당동으로 이사를 했다.
누나들은 서울로 와서 정규 학교에는 못 보내고 강습소 같은 사설 초급 학교로, 학원으로 보내고 나는 일곱 살 되던 해 정규 초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 당시에 정규 초등학교에서는 입학시험을 보고 합격하기가 조금은 힘들었던 곳이다. 여주에서는 초등학교 가기 전 강습소가 있어 그곳에서 1∼2년 정도 기초 공부를 하고서야 정규 초등학교에 갈 수가 있었다. 나와 같은 학년인데도 나이는 2∼3년 위였다.
내가 서울에서 장충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웃 사람들이 축하한다며, 집안에서도 할아버지는 보는 사람마다 우리 손자가 장충초등학교에 들어갔다며 자랑까지 하셨다. 그렇게 들어간 장충초등학교가 내가 3학년 말일 때 큰불이 났다.
4학년 때는 이웃에 있는 학교들로 배치받게 되어 광희초등학교로 배치되었다. 그곳에 배치된 후에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소개령이 내려져 미국 B29의 폭격으로부터 피해 옮겨 가게 되어 우리 집이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무왕리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한 달도 안 된 광희초등학교 시절은 아무런 기억도 없다.
일제 말에 경성 폭격을 피해 양평군 지제면에 있는 지제초등학교 4학년으로 전학을 갔다. 새로 전학 간 학교도 담임선생님께 전학해 온 학생이라고 교감선생님이 인사를 시켜주셨다. 곧바로 담임선생님을 따라 4학년 교실로 들어갔다. 담임선생님이 이번에 서울에서 전학 왔다며 인사를 하라고 하셨다. 이런 자리가 처음인 10세짜리 꼬마가 가방을 메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내 이름을 소개했다. 시골 학교에서 가방을 메고 오는 학생을 처음 보는 듯 가방을 만져 보며 놀려댔다. 거의 모두 책가방 없이 보자기에 싸서 다녔다. 특히 수업 시간에 기억이 무슨 문제를 가리키며 서울에서 온 학생이 대답을 해보라고 지명을 했다. 마침 내가 알고 있는 문제라서 대답했다. “야” 하면서 손뼉을 쳐주었다. 서울에서는 10분 정도 걸리는 학교였지만 이곳은 8km 먼 길로 산도 넘고 개울도 건너가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전학 간 학교도 5월이라서 7월에 여름방학이다. 8월 15일 해방이 되었으니 수업하는 때는 서너 달도 되지 않는 기간이었다. 전쟁 말기라 근로 보국대나 하면서 산에 가서 광술 따오기, 목화씨 따기, 참전용사 집 찾아 논밭 매기 등 공부는 초등학생까지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해방이 되었다. 학교에 가면 일본어는 못 쓰고 조선어만 써야 한다니까, 10살인 어린이는 어리둥절하였다. 그만큼 혼란이 온 것이다.
해방 후 가게 된 곳은 3km 정도 지제초등학교 일신분교가 세워져서 또 그리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네 번째 전학이었다. 분교라 교실도 두 개뿐이고 한 교실에서 두 개 학년을 선생님 한 분이 가르쳤다. 우리는 다른 학년 수업을 하는 전교생이 104여 명이고 선생님도 세 분이 있으셨던 조그만 학교였다. 그렇게 여기서도 1년밖에 다니지 못했다.
나는 고향인 여주군 북내면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다섯 번째 전학을 갔다. 우리 집은 전답과 집도 안채, 사랑채가 있는 큰 집이었다. 북내초등학교 5학년으로 전학했다. 그곳은 제대로 된 교사가 있는 학교로 선생님도 열다섯 분이나 계셨다. 우리 5학년 반도 50여 명으로 여주군에서 명문 초등학교로 인정받는 학교였다. 돌아보면 초등학교 6년 동안에 다섯 학교에 전학을 다녔다. 정들려면 전학을 갔고, 그 당시엔 사람들이 이사를 자주 다니지 않았다. 나는 서울에서 입학을 7살에 했기데 마지막 졸업한 초등학교는 내가 졸업할 때 13살인 나이가 하나도 없다. 나는 15~18살의 5살 차이가 나는 동급생 속에서 초등학교를 무사히 다녔으며 그들과 잘 어울리며 함께 졸업한 것을 지금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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